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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연예/영화&드라마

암수살인 영화 감상 후기

암수살인. 무슨 뜻일까?


영화를 보기 전까지 어떠한 스포성 포스팅도 읽지 않아야 영화를 보는 재미가 극대화된다는 나만의 논리에 따라 그냥 영화관으로 향했다. 그리고 친절하게도 영화는 시작과 동시에 관객들에게 '암수살인'의 뜻을 알려주었다.


암수살인: 알려지지 않은 살인, 수사기관이 인지하지 못해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은 살인을 뜻한다.


제목처럼 영화는 살인으로 형을 구형받은 남자의 고백으로부터 시작한다. 한 형사에게 자신이 저지른 살인이 7개나 더 숨겨져 있다고 자백하는 남자. 이를 믿지 않는 다른 이들과 달리, 살인을 당한 사람들의 행적을 쫓는 형사. 그 둘 간의 심리 싸움이라고도 볼 수 있다.



형사의 직감으로 주지훈의 자백이 사실임을 인지한 김윤식은 그의 얼토당토 안 한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하면서까지 숨겨진 살인 사건들의 뒤를 캔다.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고 하니, 참 소름끼치는 일이다. 어쩌면 영원히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을 사건들이 한 형사의 집요함과 행동력으로 밖으로 나왔다.



이 와중에 몇 명의 조력자가 있었고, 물론 실제로도 형사 한 명이 단독으로 해결하진 않았겠지만 일반적인 사건보다 단서도 적었을 것이고 해결하는 데 많은 무리가 따랐을 것이다.


첫 번째 살인 사건의 유골을 발견한 김윤식은 주지훈에 추가 형 선고를 위해 고군분투 하지만, 예상대로 주지훈이 자백을 한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자신의 사건이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 선고를 받게 되면 현재 자신이 구형받은 15년의 형도 감면 받거나, 무죄로 바뀔 수 있는 판례가 있었던 것이다.


머리 좋은 살인자 앞에 농락 당한 김윤식은 포기하지 않는다. 영화를 본 후 인터넷에 후기들을 읽어보니 어떤 분께서 김윤식이 주연으로 열연했던 영화 '추격자'에서의 연기가 비슷하다는 혹평을 했던 글을 본 기억이 있다.



글쎄? 나는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연기를 선보였다고 생각한다.


이전 영화에서 보여준 김윤식은 상당히 강한 이미지의 캐릭터들이었다.

타짜의 아귀부터 추격자, 황해에서 강한 남자를 연기했었던 그였지만 이번 영화는 형사 역할을 맡았음에도 그런 모습을 버리고 오히려 인간미를 지닌 한 남자를 보여주려 했다고 느꼈다.


그리고 그의 그런 모습이 이 영화를 살인 관련 영화임에도 약간은 지루하게 만들었지만, 오히려 한 사람의 심경을 그대로 읽게 만들어주었다고 생각한다. 


보는 이로 하여금 심금을 울리는 슬픔도 없고, 살인 사건의 실마리를 푸는 놀라운 장면도 없지만 이 영화가 재미있었던 이유는 김윤식의 심리와 주지훈의 심리 묘사를 두 배우가 만나는 장면마다 잘 녹여냈다는 데에 있다. 다시 찾은 사건 현장보다도 둘이 만나 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목적 의식이 뚜렷한 주지훈의 연기가 너무도 빛났고, 어느 정도 예상을 했었던 그의 속셈이 표정으로 한꺼풀씩 벗기면서 보여주는 연기력이 압권이었다.




형사 개인이 바라보는 사건이란 어떤 모습일까?


이런 상상을 해보았던 사람이라면 볼 만한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