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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소식/행동경제학

태풍 등 자연재해에 대비하는 인간과 앵커링 효과

어제부터 연이어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습니다. 태풍이 10월 초에 대한민국 전역에 비를 강하게 뿌리는 이유는 '콩레이' 때문입니다. 덕분에 주말 외출하는 것이 귀찮아져서 글을 적고 있네요. 이러한 태풍이 올 때에는 태풍의 종류와 위력, 그 영향에 따른 비의 양, 바람의 세기, 어디로 이동할 것인지에 대한 경로 등을 미리 예측하고 그에 대한 대비를 합니다. 콩레이의 경우 제주도 날씨에 엄청난 영향을 주며 현재는 서울까지 비를 쏟고 있습니다. 매우 강한 바람과 비까지 동반하니 우산을 써도 소용이 없군요. 해상에는 태풍주의보가 내려졌고, 충난 지역은 호우주의보 발령된 상태입니다. 벼 수확기를 앞둔 농민 분들은 바람 때문에 피해가 이만 저만 아니라고 하니 너무도 안타깝습니다. 25호 태풍 콩레이가 지나가면서 오늘 오후부터는 점차 날씨가 맑아진다고 하는데, 제발 관측한 대로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올 여름 태풍은 예상외로 무사히 넘어가 올해는 괜찮은가 보다 했는데 늦태풍이 올 수도 있다니 참 짜증이 납니다. 각설하고,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가 발생할 때 인간은 수만가지 생각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대책을 강구하고 실행에 옮깁니다. 우리가 자연재해에 어떻게 대비할까를 생각할 때, 뉴스에서 처음 접한 숫자는 이후에 우리의 판단에 굉장한 영향을 미칩니다. 이러한 처음 제시된 정보에 우리가 묶이는 현상을 앵커링 효과라고 합니다. 여기에서 앵커란 배를 정박시키는 닻을 뜻하는데, 우리가 정보에 노출되면서 그 범위 안에서 사고하게 되는 것과 같은데서 명명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앵커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정보일 수도 있지만, 때론 모르는 정보일 수도 있습니다. 앵커링 효과와 관련된 여러가지 실험은 흔히 찾아볼 수 있는데요. 여기서는 자주 인용되는 한 실험을 소개하려 합니다. 카너먼 교수와 트버스키 교수는 실험 참가자들에게 0에서 100까지의 숫자를 무작위로 적혀있는 룰렛을 보여주고, 그 룰렛이 가리키는 숫자를 기록하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질문을 던집니다. "아프리카 국가 중 UN가입국은 지금 룰렛에 보이는 숫자보다 적을까요? 많을까요?" 연이어 던지는 질문에선 "그렇다면 실제 점유율이 몇 퍼센트나 될까요?"라는 질문을 하였습니다. 실험 참가자들의 답변은 대동소이했습니다. 대부분의 참가자가 룰렛이 가리키는 숫자와 오차가 적은 범위 안에서 답변을 했던 것입니다. 실제 생각하는 점유율에 관한 질문에도 비슷하게 답변을 하였습니다. 실제로 두 교수가 준비한 룰렛의 숫자와, 실제 아프리카 국가들의 UN가입은 아무런 연관 관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실험 참가자들에게 앵커 역할을 하게 되면서, 영향을 미친 것입니다. 참으로 재미있지 않습니까? 영업적 관점에서도 이러한 앵커링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데요. 고가의 가전 제품을 판매할 때, 고객이 생각하는 최대 지불 가격보다 훨씬 비싼 상품을 먼저 제시하고, 원래 생각했던 상품을 보여주면 상대적으로 싸다고 느껴지기 때문에 많이 행하는 기법입니다. 저는 의식적으로 가전 제품 매장에서는 이러한 영업 사원의 심리를 이용해 제가 생각하는 상품의 가격대를 확 낮춰서 이야기하곤 합니다. 소위 바가지를 쓸 확률 자체를 차단하기 위해서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태풍에 대한 대비책을 생각할 때에도 사람들은 뉴스에서 언급한 숫자 정보를 기준으로 생각합니다. 지난 태풍과의 위력 차이나 비의 양 등을 비교해서 보여주면 사람들은 그 숫자 범위 안에서 본인들이 입을 수도 있는 피해의 범위를 생각하고 즉각 대비책을 행동에 옮깁니다.


그렇다면 처음 제시된 숫자와 더불어 실험 도중에 새로운 숫자를 제시하면 결과는 어떻게 될까? 여기서 새로운 숫자는 새로운 앵커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사람들의 관점이 바뀌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이 역시 실험을 통해 결과를 도출하였는데, 결과적으로 두 번째 제시되는 앵커에는 사람들이 잘 반응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처음 제시된 앵커링의 영향력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들은 첫 앵커에 사로잡혀 실험 중간에 의미 있는 앵커가 제시된다 하더라도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것입니다. 그만큼 처음에 제시하는 기준은 사람의 사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이것이 마케터와 영업인들이 앵커링 효과에 주목하고 그들의 직무에 반영해야 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