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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소식/행동경제학

방위 반응적 선택 낭비를 막고 싶은 인간의 본성

주머니 가득 동전을 넣고 짤랑거리며 이동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 어느 여름 너무 더워서 음료수 한잔이 절실할 때 지갑에는 만원짜리와 5만원 권 지폐 뿐일 때, 잔돈이 생기는 게 너무 싫어 갈증을 꾹 참았던 기억이 한 번쯤은 있을 것입니다. 행동 경제학에서는 이와 같은 심리를 방위 반응 또는 방위 반응적 선택이라고 명명합니다. 그리고 이 개념은 우리의 실생활에 아주 밀접하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나에게 50만원을 빌려간 친구가 피치 못할 사정으로 49만원과 함께 100원, 500원짜리가 잔뜩 섞인 돈 봉투를 건네면 십중팔구는 투덜 댈 가능성이 높습니다.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이라고 말하는 사람까지 보았습니다.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인지 생각해 보았습니까?


전통 경제학의 개념으로 본다면, 동전과 지폐로 이루어진 50만원의 가치는 50만원짜리 수표 한장과 정확히 같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다릅니다. 누구나 수표 혹은 지폐만으로 돌려 받기를 원합니다. 처음에 언급한 음료수 이야기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목마르다는 생체 반응을 참으면서까지 내 지갑 속에 지폐는 사용하기 싫어합니다. 지폐가 고액권이라면 더더욱 그러합니다.


고액의 지폐는 웬만하면 사용하고 싶지 않다는 반응, 즉 잔돈이 생겼을 때 그 돈을 소비해버리는 것에 경계심이 무너지는 인간의 심리 탓에 낭비를 막고자 방어적인 행동을 보여주는 것이 방위 반응적 선택입니다.


2010년에 발매된 곡 중에 터프가이들은 잔돈을 싫어해라는 재미난 제목의 가요가 있습니다. 비단 터프가이들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행동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이는 전통 경제학과 행동 경제학에서 말하는 개념의 차이를 보여주는 좋은 예시입니다.


이러한 방위 반응의 개념은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강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경제 심리학적 실험에서 밝혀진 결과입니다. 이러한 개념에도 성별차가 존재한다는 것이 의외입니다. 실험이 내용을 다음과 같습니다.


격렬한 운동을 끝낸 10명의 사람들에게 5만원 권을 소지하고 있습니다. 휴식 시간 목마름은 극에 달합니다. 하지만 쉽게 음료수를 구매하는 남성들과 달리, 여성들 중에는 망설이다가 구매를 포기한 쪽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이러한 결과가 나타난 데에는 이전 포스팅에서 언급했던 손실회피성 심리와 관련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남성보다 여성들에게 손실회피 심리는 더 강하게 작용한다는 것입니다. 고액권을 사용하게 되면 잔돈도 사용하기 쉬워지고, 금방 사라질거라는 불안감 때문입니다.


5만 원짜리 한장이 1만 원짜리 5장보다 안도감이 들고, 100만 원짜리 수표가 10만 원권 10장보다 안정감이 생깁니다. 그 안도감을 지키고 싶어하는 인간의 심리가 방위 반응적 선택을 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상황이 많이 있으니 잘 관찰해 보면 좋겠습니다. 이론보다 중요한 것은 실재이고, 행동 경제학은 그것을 강조하는 학문이니 말입니다.